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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박
조회 : 24,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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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있는 의왕시 한가운데 위치한 모락산은 내가 자주 산행을 하는 아기자기한 모습을 하고 있는 375M의 야산이다. 산이 야트막하고 도시에 접해 있다보니 중턱에 별장이나 집들이 제법있고 그린벨트에 묶여있어 옛날 구옥들을 헐고 별장으로 개축하는 방법으로 법망을 최대한 이용하여 활용하고 있다. 산이 야트막하니 산 한쪽면 전체를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얼마전 일요일에 모처럼 산에 올랐더니 못보던 모습을 보았다.산꼭대기 바로밑의 중턱에서 거의 산 아랫쪽까지 철조망이 쳐져있는 것이 아닌가. 철조망도 보통 철조망이 아니라 쇠파이프를 1미터 간격으로 묻고 사이사이에 철조망을 쳤는데 철조망 안쪽은 그것도 부족해 사람들이 많이 다닐만한 곳에는 둥그렇게 못들어오게 철망을 감아놓은것을 설치하였다.
갑자기 열이 올랐다. 자칭 환경론자를 자처하는 나로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까지 하여 재산의 경계를 표시해야만 하나, 이 얼마나 환경파괴인가, 등등 산 주인에 대한 좋지 못한 모습들을 떠올리며 혼자서 별별 생각을 다 하였다. 톨스토이의 단편집" 사람은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의 주인공 바흠이 생각 나기도 하였다. 잘 알다시피 하루동안 걸은 땅을 주인공의 소유로 해준다는 상인의 말을 듣고 바훔은 아침 해 뜨자마자 뛰다시피 하면서 해질때까지 돌아다녀 자기의 땅을 한평이라도 많이 얻을려고 뛰었지만 해지면서 돌아와서는 지쳐서 숨을 거두었다는 내용을 떠올리면서 이 산주인도 바훔과 똑같은 놈이라고 속으로 욕을 하면서 산을 내려왔다.
산을 내려오면서도 산의 철조망 생각이 줄곧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세상에 정말 별놈이 다 있다. 정말. . . . 그러면서 갑자기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산주인이 갑자기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평생을 쓰지 않고 번 재산을 땅에 투자하여 그것을 영원히 자손대대로 물려주어야 한다는 재산에 대한 집착이 그러한 철조망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하니 그사람에 대한 측은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이해하는 심정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죽고난 후 언젠가는 주인이 바뀔 수도 있겠고 산의 철조망도 세월이 흐르면 녹쓸고 없어져 자연의 일부분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요상한 생각으로 바뀌면서 지금까지의 분노의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산을 내려와 집으로 올때는 철조망에 대한 생각은 깨끗이 잊고 오늘 하루 즐거운 산행이 되었구나 하고 나이들어감에 따라 변한 조그마한 여유를 가진 자신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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