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행복한 유아기 기억 인생을 지배한다
대다수의 아이들은 어릴 때 기억을 까맣게 잊어버린다. 간혹 서너 살 때 일을 기억해내 어른들을 놀라게도 하지만, 대개는 다섯 살 이후 기억을 조금씩 간직하고 있을 뿐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가리켜 '유아 기억상실'이라 말한다.
아이가 어릴 적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 정말 기억이 사라지는 걸까?
학자들은 아이의 기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의 저장 방식이 다를 뿐이라고 설명한다. 성인이라면 어떤 상황을 경험했을 때 머릿속에서 순차적이면서 논리적으로 정리를 한다. 하지만 아이는 똑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즉물적이고 감각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일 뿐 상황에 대한 이해도는 떨어진다. 논리력 또한 부족해 사건의 개연성을 추론할 수 있는 능력도 없다. 기억에 오래 남으려면 사건이 순차적으로 정리되고 또 언어적으로 이해되어야 하는데, 유아기 때는 이 모든 능력이 부족하다. 바로 이 미숙한 '저장 메커니즘' 탓에 어릴 적 기억은 무의식 어딘가로 깊게 가라앉는다. 그러다 말을 능숙하게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그제서야 비교적 정확한 기억이 가능해진다.
누구나 가끔 어릴 적 기억이 흐릿하게 떠오르거나 처음 가본 곳임에도 언젠가 와본 곳처럼 느껴지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알고 보니 실제로 어린 시절에 왔던 곳이거나 비슷한 곳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에 신기해한 적이 있을 거다. 이처럼 또렷하지는 않지만 '언젠가 본 듯한' 것처럼 느껴지는 기억을 '인지 기억'이라 하는데, 어릴 때 기억은 대개 이러한 형태로 보존되기 때문에 마치 기억이 사라진 것처럼 생각되는 것이다.
◆ 유아기의 뇌는 '저장'의 뇌가 아니라 '체득'의 뇌다
흔히들 사람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기억 파일이 존재하며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꺼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기억은 따로따로 저장되는 게 아니라 일종의 '연결의 구성'이다. 우리 뇌는 생각, 느낌, 냄새, 이미지 등을 받아들이는 순간 각각의 데이터를 과거의 비슷한 경험과 연결시킨다. 매번 새로운 경험을 할 때면 각각의 뉴런이 활성화되고, 다른 뉴런과 이어져 연결 고리를 만들어나간다. 말하자면 경험 하나하나가 뇌의 물리적 구조를 확장시키고 바꾸어나가는 것이다. 즉 뇌는 과거에 쌓인 경험의 데이터를 근거로 앞으로 닥쳐올 미래를 끊임없이 예상하고,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가늠하게 만든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경험치가 적은 아이들의 유아기 기억이 매우 중요하다.
간혹 아무리 좋은 곳에 데려가 신나게 놀아줘도 아이가 기억하지 못한다고 푸념하는 엄마들이 있다. 하지만 앞에서도 밝혔듯 어릴 적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은 기억이 불안정한 방식으로 저장되기 때문이지, 그때의 기억이 사라지기 때문은 아니다. 특히 유아기 기억은 무의식적으로 기억되는 암묵 기억이 형성되는 시기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비록 구체적이고 일목요연하게 기억이 저장되지는 않지만, 몸과 마음 곳곳에 기억이 체득된다. 엄마아빠한테서 나는 냄새, 우리 집 특유의 분위기, 저녁이면 부엌에서 나는 음식 만드는 소리, 배고픔, 젖 먹을 때의 포만감과 행복감, 엄마와 떨어졌을 때의 불안했던 느낌 등이 부호화 되어 기억에 남는 것이다.
학자들은 유아기에 '기본 신뢰감(basic trust)'을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기본 신뢰감이란 아이가 '세상을 믿을 만한 곳'으로 여기는데 밑바탕이 되는 중요한 개념으로 유아기의 건강한 애착 형성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어릴 때 기억이 어른들처럼 잘 저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유년기에 행복한 기억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 행복한 유아기 뇌 만드는 방법
아이들은 감각자극을 보다 잘 기억한다. 따라서 어린아이일수록 다양한 감각자극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특히 2가지 이상의 감각자극이 동시에 주어질 때 아이는 보다 명확하게 그 상황을 기억한다. 율동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바로 그런 예다. 또한 감각기관 중 가장 민감한 것이 촉각이다. 피부는 신경회로를 통해 뇌와 즉각적으로 정보를 교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린 시절 자주 끌어안고 쓰다듬는 스킨십은 아이의 기억 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행복한 자산'으로 남게 된다.
기획:박시전 | 사진:추경미 | 모델:신윤환(7세) |
도움말:김영훈(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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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공중파 방송에서 심리학 박사 김정운 교수께서
사람사이의 소통,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스킨쉽에 대한 강의를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피부는 드러난 뇌다.'
'사람이 힘들고 슬픈 일을 당하면, 만져줘야 한다.
누군가가 없다면 스스로를 만진다.
(팔짱을 끼거나, 머리를 무릎에 파묻거나, 머리를 손으로 집거나 등)'
'남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은
엄마가 잘 만져주지 않은 사람이다.'
'누군가가 만져줄 때, 내가 누군가를 만질 때
비로소 나의 존재가 느껴진다'
'기쁨을 표현하면, 똑같이 행동해줘라
(공감능력 향상, 보통의 남자아이들은 남자라는 이유로 공감능력을 차단당해서
엄마가 다치거나 했을 때 여자아이들과 다르게 모른척을 한다고 합니다.)'
'위로는 같은 표정을 지어주는 것
(한 예로 컴플레인을 걸던 버스승객을 아무도 말리지 못했지만, 한 여직원의 진심어린 사과의 표정과
-네..많이 힘드시죠? 라는 단 한마디가 문제를 종료시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답니다.)'
등의 우리 아이들에게 사랑-스킨쉽이 왜 중요한지를 깨닫게 하는 내용이었답니다.
또한 CST가 성인 뿐 아니라,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효과적인 이유. 이제는 너무나 잘 아실테죠?
CST의 부드러운 터치, 부모님의 적극적인 참여만이 아이를 살리고,
가족사랑과 우리 아이의 정서도 무럭무럭 키우는 일이랍니다.
자세한 방송 내용은 KBS승승장구 김정운 교수 편이나 EBS강의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