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경남의 한 병원에서 편도선 제거 수술을 받은 6살 아이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사망한 사건이 벌어지고 관련 내용을 부모가 국민청원에 올리면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병원은 있을 수 있는 의료사고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한 생명이 죽었는데도 그야말로 진실이 아니라 법으로 해결하려는 의료 현실이 씁쓸하다.
사망한 아이는 편도가 기형적으로 커서 무호흡증이 오다 보니 수술을 결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간혹 보면 편도선이 자주 붓는 편도선염이 귀찮다고 편도선 제거 수술을 권하는 의사가 있는데, 이는 분명히 경계할 일이다. 편도선은 우리 몸을 지키는 사대천왕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생명의 근원은 심장과 폐다. 따라서 심장과 폐를 갈비뼈가 보호하고 있으며, 아래로는 두꺼운 횡격막이 성벽을 쌓고 있다. 등 뒤로는 우리 몸의 전력이라 할 수 있는, 33개의 척추가 감싸고 있다. 이처럼 철통같이 막고 있지만, 유일한 통로가 있다. 숨과 밥이 들어가야 하는 목구멍만은 열린 상태인데, 이 열린 부분을 보호하는 것이 바로 편도선이다. 편도선 하나만 외로이 있는 것이 아니다. 4개의 커다란 임파선이 큰 절의 입구에 있는 사대천왕처럼 든든하게 지키는 것이다. 인체를 지키기 위해서 수없이 많은 임파선이 마치 거미줄처럼 사람의 몸을 감싸고 있는데, 백혈구의 35%를 임파구가 맡는다. 백혈구가 육군이라면 임파구는 공수부대요, 해병인 것이다. 대부분 임파구는 너무 작아 안 보이지만, 몸을 지키는 최대 면역력인 임파선은 크기가 크다. 일반인은 목젖 양쪽 두 개만 편도로 알지만, 이는 구개편도이다. 편도는 구개편도 외에 설편도, 인두편도, 이관편도가 있다. 총 4개의 편도가 갈고리 모양을 이루며 몸을 철통같이 지킨다. 잡귀를 막는 사대천왕의 부릅뜬 눈처럼 임파선은 유해 세균과 바이러스로터 우리 몸을 지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편도는 구개편도로, 세균 감염을 가장 잘 일으킨다. 한의학에서는 구개편도가 부은 모양이 어린 누에처럼 생겼다고 해서 '유아(乳蛾)'라고도 부른다. 편도선은 아이가 성장하면서 발달하다가 사춘기 이후 성장 속도가 조금씩 멈추면 염증의 발생 빈도도 낮아진다. 편도선이 붓지만 않으면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지만 실제로 개개인의 편도선 건강 상태는 각기 다르다. 점수로 말하자면, 편도선이 자주 붓는 경우는 낙제점인 50점, 감기와 기관지염을 한 해에 두세 차례 앓는다면 70점, 고유의 소임을 다해 편도선염과 감기, 기관지염, 폐렴 등을 예방하면 100점에 해당한다. 100점을 받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폐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해 면역식별능력이 뛰어나다는 의미다. 100점짜리 사대천왕인 편도가 목을 지키면 심폐로 가는 어떤 세균도 우리 몸은 물리칠 수 있다.
편도선염을 앓고 있다면 그것은 폐렴균 등이 편도선 내에 침입해 임파구들 과 싸우고 있음을 뜻한다. 튼튼한 편도선이 구강이나 비도에서 병원균을 거뜬히 물리치는 데 반해, 병약한 편도선은 건강한 임파구 지원병이 부족해 전투를 오래 끌면서 침 삼키기도 어렵고 고열로 몸살까지 앓게 된다. 이처럼 폐 건강의 바로미터인 편도선은 우리 몸을 지키는 최고의 면역체계로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러니 절대 함부로 떼어내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