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60대 박모 할아버지가 얼마 전 인공관절 수술을 받기 위해 우리 병원을 찾았다. 무릎 통증으로 몇 년간 운동을 못했으니 얼마나 답답할지 이해가 간다. 안타깝긴 해도 주치의로서 차마 ‘네’라는 답변을 할 수 없었다. 대신 수술 이후 무릎에 적합한 운동이 따로 있고, 이를 통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수술하면 새 무릎을 얻는데 왜 하고 싶은 운동을 마음껏 할 수 없는 걸까? 먼저 수술을 받게 된 이유를 다시 한번 짚어 보아야 한다. 퇴행성 관절염 말기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통증 때문이다. 가만히 있어도 푹푹 쑤시는 정도의 무릎 통증은 일상생활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때는 어떤 약물적 치료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침에 약을 먹고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통증이 시작된다. 결국 인공관절 수술 이외에 답이 없다. 다행히 인공관절 수술은 현존하는 최선의 퇴행성 관절염 치료법이다. 특히 로봇 수술이 시행되면서부터 수술 후 통증이 일반 인공관절 수술과 비교해 절반 가까이 줄고, 회복도 앞당겨졌다. 인공관절 수술 후 안정기에 접어들면 수술 전 언제 아팠냐는 듯 통증으로부터 해방된다. 다시금 통증을 겪지 않으려면 새 무릎을 아껴서 잘 사용해야 한다.
인천힘찬종합병원 정형외과 안치훈 과장
인공관절에 대한 이해 또한 필요하다. 인공관절은 인체관절보다 닳는 속도가 빠르다. 아직까지 인체관절을 대체할 만큼 유연하면서도 질긴 물질이 개발되지 않았다. 구부림 각도에도 한계가 있어서 인체관절처럼 완전히 구부릴 수는 없다. 다행히 이러한 부분들도 로봇 수술이 시행되면서 조금 개선됐다. 로봇이 인공관절 삽입 위치와 각도를 보다 정확하게 계산해주고 뼈를 절삭할 때에도 햅틱존이라는 안전구역 안에서 정확하게 절삭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에 수술 오차가 최소화됐다. 수술이 정확하면 인공관절 마모 속도가 늦춰지기 때문에 인공관절을 20년간 끝까지 잘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수술이 정확한 만큼 구부림 각도도 더 늘어났다. 하지만 인체관절이 인공관절로 바뀐 만큼 이에 맞는 운동이 필요하다.
먼저 수술 2~3일 후부터 보조기구의 도움을 받아 바로 보행연습이 시작된다. 이와 함께 무릎운동기구(CPM)로 무릎을 굽히고 펴는 굴곡운동을 시작하게 된다. 퇴원 후 집에서도 꾸준히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다리에 힘을 기르거나 무릎을 굽히고 펴는 운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앉아서 한쪽 발을 들고 10초간 유지해주는 동작을 번갈아 가면서 해준다. 또 발목에 수건을 접어 받치고 양손으로 무릎을 눌러 펴주는 운동과 수건을 발바닥에 걸어 몸 쪽으로 끌어당기면서 무릎을 구부려주는 운동도 병행해준다.
초기 약 3~6개월간 수술한 무릎 부위에 미열과 붓는 현상이 있을 수 있는데 이때는 15~20분간 얼음 마사지를 하면 도움이 된다. 인공관절수술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요소는 수술이 80%, 재활이 20%라는 말이 있다. 인공관절수술은 수술 못지않게 재활이 중요하기 때문에 물리치료센터가 잘 갖춰져 있는 병원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렇게 재활 훈련이 끝나면 새로운 무릎에 맞는 적절한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박모 할아버지께는 수영과 적당한 트레킹 등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권해드렸다. 물속에서 하는 운동은 관절에 무리를 덜 주고 무릎 주변 근육을 키울 수 있는 최고의 유산소 운동이다. 점프했다 착지하는 운동, 갑자기 방향을 틀어야 하는 운동, 평지가 아닌 곳에서의 운동 등은 피하되 규칙적인 운동으로 계속해서 체중을 관리해야 무릎 건강에 더 좋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