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병 있으면 세균이 혈관 타고 돌아 전신에 영향 당뇨병·뇌졸중·암·폐렴까지… 코로나19와도 연관성 높아 치은·치주인대·백악질·치조골 '치주조직 4요소' 꼼꼼한 관리를
우리나라는 잇몸병(치주병) 환자가 감기환자보다 많은 나라다. '2019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외래 다빈도 질병 통계' 자료에 따르면, 치은염 및 치주질환으로 인해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1673만명으로, 급성기관지염(감기) 진료환자보다 더 많았다.
잇몸병이란 치아를 둘러싸고 있는 주위 조직에 생기는 염증성 질환으로, 크게 치은염과 치주염으로 나뉜다. 치은염은 염증이 잇몸의 겉부분인 치은에만 국한된 형태의 가벼운 질환이지만, 방치하면 치주염으로 발전한다. 치주염은 잇몸에 생긴 염증이 잇몸 속 치주인대나 치조골(잇몸뼈)까지 퍼진 상태다. 치은염과 치주염은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염증성 질환이기 때문에 병이 진행되면 잇몸이 내려앉거나, 치아 뿌리를 지지하는 뼈가 녹아 치아가 흔들리게 된다. 제때 치료하지 못하면 치아를 완전히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잇몸병은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마찬가지로 증상이 천천히, 자각할 수 없게 나타난다.
◇조용히 나타나는 잇몸병, 증상은?
잇몸병은 조용하게 서서히 진행되지만, 증상이 없지는 않다. 잇몸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칫솔질할 때 피가 나는 것이다. 가볍게 여길 수 있는 증상이지만, 지체 없이 치과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다. 잇몸이 붓는 증상도 있다. 이 역시 심각한 잇몸병 단계다. 그 밖에도 잇몸병 증상은 다양하다. 음식 섭취 후 부분적인 통증이나 압박감, 구취, 시린이, 이물감, 이가 들뜬 느낌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한 경우 고름이 나오거나 이가 흔들리기도 한다.
◇잇몸병, 심뇌혈관질환·당뇨까지 영향… 전신질환 발병률↑
만성 염증성 질환인 잇몸병은 치아 주변 조직은 물론, 전신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질환이 심해질 경우, 잇몸병의 원인 세균이 잇몸 주변의 혈관을 타고 전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008년 이후 진행된 많은 대규모 추적연구에 따르면, 잇몸병이 있으면 전신질환의 발병 위험이 커진다. 잇몸병이 있을 경우 당뇨병, 당뇨합병증, 심혈관질환, 뇌졸중, 암, 폐렴, 만성신질환, 미숙아 등이 발생할 위험성이 14~700%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국내에도 잇몸병이 전신질환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김영택 교수는 2016년 국제 유명 학술지인 'Medicine'에 게재한 '치주병과 생활습관병' 연구를 통해, 치주병 보유 시 골다공증 1.21배, 협심증 1.18배, 류마티스성 관절염 1.17배 발병할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특히 성기능장애는 1.5배 더 높다고 발표했다.
잇몸병은 안과 질환과도 연관성이 크다.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안과 조희윤 교수가 2017년 'Medicine'에 발표한 '치주질환과 연령관련 황반변성(AMD)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중년그룹(62세 이하)에서는 황반변성이 있는 환자가 치주질환도 더 많았다. 심한 치주질환 환자는 황반변성 유병률이 1.61배 더 높았다.
코로나19와의 연관성도 크다. 2020년 2~7월 코로나 확진을 받은 카타르 환자 568명의 데이터를 대상으로 환자-대조군 연구를 진행한 결과, 잇몸병이 있는 코로나 환자는 다른 환자보다 사망 확률이 약 9배(8.81배)나 높았다. 또한 잇몸병이 없는 환자에 비해 중환자실에 입원할 확률이 3.5배, 인공호흡기가 필요할 가능성이 4.5배 높았다. 구강 내 염증이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영향을 더 치명적으로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유럽치주학회(EFP)에서는 구강 건강관리가 코로나19로 인한 심각한 위험을 줄이기 위한 건강 지침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실제 잇몸병과 천식, 폐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과 같은 폐질환의 연관성은 깊다.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정재호 교수의 '치주질환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과의 연관성' 연구에서는 만성폐쇄성폐질환자의 치아결손 및 치주염 발생률이 대조군에 비해 높았다. 정재호 교수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주요 원인은 흡연이지만 잇몸병으로 인해 생긴 구강 내 세균이 폐까지 침입해 염증을 일으키면서 만성폐쇄성폐질환, 폐렴, 폐농양 등의 발생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겉만 보면 안 되는 잇몸, '속'도 점검해야
잇몸병은 잇몸 겉(치은)과 속(치조골, 치주인대)에서 모두 발생하기 때문에 주기적인 치과 검진이 중요하다. 눈에 보이는 잇몸 겉부분 증상만 관심을 가지다, 잇몸 속 건강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잇몸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치은, 치주인대, 백악질, 치조골이라는 '치주조직의 4요소'에 대한 꼼꼼한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치과 정기 검진을 통해 잇몸 속 건강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받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