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치나 치주염이 심해서 빼야 할 어금니가 많을수록 악력이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서울대학교 치과대학병원 김태일 교수팀은 우리나라 60세 이상 2만3466명을 대상으로 2015~2018 이들의 치아 상태를 분석했다. 우리 나라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평균 자연 치아 개수는 60대 21개, 70대 17.1개, 80대 이상 13.4개였고, 여성의 경우 60대 22.6개, 70대 18.1개, 80대 이상 11.7개였다. 충치나 치주염에 걸려서 발치가 필요한 치아를 가지고 있는 비율은 60대, 70대, 80대 이상의 남성에서 각각 11.1%, 15.6%, 21.9%였고, 여성에서는 60대, 70대, 80대 이상에서 각각 7.4%, 11.5%, 15.4%였다.
치아 상태를 바탕으로 어금니 부분의 교합 정도를 수치로 계산해 남아있는 어금니 개수를 악력과 비교했다. 그 결과, 어금니가 충치나 치주염 때문에 빼야 하는 남성(어금니가 일부 빠진 상태)들은 건강한 어금니가 있는 경우에 비해 악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2.78배 높았다. 어금니가 모두 있다 하더라도 충치나 치주염 때문에 앞으로 빼야 할 어금니가 있다면, 악력이 감소될 위험이 2.82배 높았다. 이런 결과는 여성에게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악력이 중요한 이유는 몸 전체의 근력을 대표적으로 나타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직업군의 체력 측정 항목에 악력이 포함돼 있을 정도다. 그동안의 여러 연구들에 의하면, 악력은 어깨의 회전근개 및 어깨의 근력과 상관관계가 높으며, 악력이 유지되면 어깨의 부상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심혈관계 질환의 예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악력이 감소하면 사망 확률이 높아진다는 통계도 있다.
김태일 교수는 “건강한 신체 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악력을 유지하는 데 있어, 충치나 치주염이 없는 건강한 어금니가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낸 연구”라며 “충치나 치주염이 있으면 씹는 기능을 잘 못 하게 돼, 근력 유지에 필요한 단백질 섭취가 어려워져 이런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 추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기적인 치과 검진을 통해 철저한 구강 위생 관리를 하는 것이 전신 건강에도 중요하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여성과는 다르게 남성이 어떤 이유로 이런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연구는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