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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시기에 조심해야 할 대표적 질환이 ‘뇌동맥류’다.
뇌동맥류는 뇌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동맥)이 풍선이나 꽈리처럼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것을 말한다. 부푼 만큼 터질 위험도 크다. 추위와 큰 일교차는 이런 위험성을 더욱 높인다.
실제 한 대학병원이 2007~2015년 뇌동맥류 환자 1900여명을 분석한 결과 추워지는 11월부터 환자가 증가하기 시작해 일교차가 큰 4월까지 증가 추세가 이어졌다.
최근엔 배우 윤계상과 정일우가 뇌동맥류를 이겨 낸 스타로 주목받으며 뇌동맥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뇌동맥류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수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위험을 자각할 수 있는 증상을 동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지만 부푼 혈관이 파열되면 머리를 망치로 맞아 깨질 것 같은 극심한 두통과 함께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각한 뇌 손상뿐만 아니라 목숨까지 잃을 수 있어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뇌동맥류의 발생 기전은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뇌동맥류 발생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위험인자로 ‘흡연, 고혈압, 가족력’ 등이 알려져 있다. 고려대안산병원 신경외과 최종일 교수는 20일 “특히 직계가족 중 2명 이상에게서 뇌동맥류가 발견되는 경우에는 자각 증상이 없어도 조기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뇌동맥류가 파열되기 전까지는 특별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적다. 편두통, 긴장성 두통, 어지럼증 등으로 인해 병원을 찾았다가 검사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뇌동맥류가 파열되기 전에도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사시, 복시(사물이 이중으로 보이는 현상), 안검하수(윗눈꺼풀이 늘어지는 현상), 시력저하 등과 같은 뇌신경 마비 증상이나 간질 발작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뇌동맥류는 뇌혈관CT, MRA(자기공명 혈관조영술)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MRA 검사로 뇌동맥류의 95%를 잡아낼 수 있다. 의료진이 환자의 동맥류와 주변 혈관을 더 자세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뇌혈관조영술을 추가 시행하기도 한다.
뇌동맥류의 치료법은 크게 두 가지다. 볼록한 혈관 부분을 집게로 집듯 부풀어 있는 부위를 조여주는 결찰술과 뇌동맥류 안으로 관을 집어넣어서 파열된 부위를 막아주는 코일색전술이다. 둘 다 수술 치료 후에는 합병증과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머리를 여는 개두술을 하는 결찰술보다 코일색전술이 부담이 적은 치료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모든 뇌동맥류를 코일색전술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일례로 뇌동맥류의 경부가 너무 넓은 경우에는 코일색전술을 통한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
최종일 교수는 “안타깝게도 파열성 뇌동맥류의 약 15%는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하고 병원에서 치료를 하더라도 30% 정도는 치료 도중에 목숨을 잃는다. 생존자들 중에서도 18% 정도만 장애 없이 정상 생활을 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라며 “평소 금연하고 혈압 관리에 주의하며 뇌동맥류 발생 가족력이 있다면 조기 뇌혈관 검사를 통한 빠른 진단이 뇌동맥류 발병과 치료에 도움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더구나 겨울철은 야외활동 위축으로 혈압 관리에 소홀해지기 쉬운 만큼 실내 운동으로 적정 운동량을 유지하고 송년회와 신년회 등에선 음주, 흡연을 삼가야 한다.
전문가들은 “뇌동맥류 위험군에 속한다면 정기검진을 통해 파열이 발생하기 전에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심한 두통을 경험한 적 있다면 꼭 신경외과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권고된다”고 입을 모았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