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초등학교 교과서에 의·과학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내용이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전체 초등교과서에서 총 55곳의 오류가 발견됐다. 초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는 ‘무는 기침 감기에 도움이 됩니다. 고구마는 소화가 잘됩니다.’라는 문구가 기재돼있다. 그러나 무가 기침 감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의학적 근거가 약하고, 고구마는 소화보다는 포만감고 배변에 도움이 된다.
2학년 안전한 생활 교과서에는 손을 데었을 때 찬물에 담그고 연고를 발라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이 내용은 화상 응급조치를 두루뭉술하게 설명한 것이다. 1·2·3도 화상에 따라 예방 조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 모든 화상에서 연고를 발라야 하는 것은 아니며, 치료제를 잘못 사용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또 황사·미세먼지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기 위해선 ‘물과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한다’는 내용도 의학적 근거가 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용어에 대한 정의도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 초3 체육 교과서에서는 ‘당뇨’를 소변에 당분이 많이 섞여 나오는 질병으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당뇨는 혈관 내 포도당 농도가 많이 올라가는 질병을 뜻한다. 초5 국어활동 교과서는 볼거리에 대해 ’유행성 이하선염‘을 한방에서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했지만, 볼거리는 한방 용어가 아닌 순우리말이다. 한의학 용어로는 ’자시‘라 칭한다.
초등학교 5학년 '보건' 교과서(대한북스). 사진=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초5 보건 교과서에서는 감기 예방법으로 "기침이나 재채기를 손으로 가리고 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이는 ’기침이나 재채기는 옷소매 윗부분으로 가리고 해야 하며, 만약 손으로 가리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했다면 즉시 손을 씻어야 한다‘로 수정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질병관리본부의 감염병 예방 권고를 보면, 기침을 할 때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고 해야 한다.
약을 자주 복용하면 각종 질병에 쉽게 걸린다는 주장도 교과서에 실려 있다. 이와 관련 연구진은 “지나친 해석”이라며 “약의 잦은 복용보다는 다약제 처방(polypharmacy)이 약물상호작용·복약 순응도 저하 등 여러 부작용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또 ‘면역력이 떨어져 중병으로 진행’된다는 표현과 약물 남용으로 간염·알레르기·류마티스관절염이 늘어난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교과서에서 사이버 성폭력 피해를 입거나 목격했을 때 신고센터에 신고하라고 기재된 링크에는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로 연결된다.
국내 초중고 교과서의 건강정보 오류 55곳을 ‘명백한 오류’, ‘불분명한 기술(명백한 오류는 아니나 기술이 모호해서 학생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용)’, ‘용어의 문제(의학용어와 다른 용어를 사용한 경우)’로 분류한 결과 각각 30%, 28%, 42%를 차지했다.
연구를 맡은 안지현 한국의학연구소 내과 박사는 “우리나라는 교과서에 대한 수업 의존도와 활용도가 높아 교과서의 오류에 대해 민감하다”며 “올바른 건강정보를 보급하기 위해서는 의사, 의과학자가 교과서의 제작에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