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재식술은 마음을 먹고 이를 뽑아 다시 심는 것을 말한다. 치아를 빼서 몸 밖에서 현미경을 보고 치료하면 훨씬 수월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를 빼다가 부러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 그걸로 실패다. 치근단절제술은 실패를 하더라도 다음 치료가 가능하지만 의도적재식술은 실패하면 끝이다. 그래서 교과서에는 치아를 살려 쓰는 마지막 방법이라고 돼 있다. 수술 전 당연히 환자에게 이에 대한 충분한 안내를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치의학박사인 일산 리빙웰치과병원 김현철 병원장으로부터 의도적재식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발치 후 치아를 치료해 다시 심는 수술
수년 전, 의도적재식술의 성공률은 80% 정도였다. 지금은 치과 기구가 발전해 성공률이 80%가 넘는다. 물론 의도적재식술을 하기 전, 신경치료나 치근단절제술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신경치료를 다시 해볼 수 있나 없나 점검하고, 치근단절제술 시 어려움은 없는지 판단한다. 신경이 너무 근접한 경우, 또 치아의 뿌리 뼈가 너무 많이 녹았다면 치근단절제술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치근단절제술은 주로 볼 쪽에서 하는데 뼈가 많이 녹아 있으면 염증을 긁어낼 방법이 없다. 이러면 의도적재식술을 선택한다.
의도적재식술은 치아를 잘 뽑아야 한다. 발치를 잘하는 구강외과 전문의가 뽑은 후 입 밖에서 치근단절제술을 시도한다고 보면 된다. 현미경을 보며 치아의 뿌리 끝을 3mm 정도 잘라낸 후 염증을 제거하고, 거꾸로 약을 집어넣는 방법이다. 이때 치근막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임플란트가 대세가 됐을 때 전 세계적으로 치근막에 주목해 이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많이 했다. 하지만 결국 사람이 만들어 낼 수 없는 신비한 조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치근막은 치아를 싸고 있는 막으로 치아를 뼈에 부착해주는 역할을 한다. 발치한 치아를 보며 치근막과 염증을 구분해 내는 경험적 기술도 중요하다. 레이저 장비를 사용해 염증만 잘 제거한 후 다시 이식하고, 발치한 치아의 잇몸뼈 손상이 심하다면 골이식 재료를 넣기도 한다.
치근막 재생 성공해야 치아 수명 길어져
치근단절제술과 의도적재식술은 이를 뺐다 심는 것만 다를 뿐 치료 과정은 동일하다. 하지만 발치 과정에서 치근막의 손실이 생기는데 이 치근막이 수술의 성공을 좌우한다. 치근단절제술은 치근막이 원래 상태로 있지만 의도적재식술은 치아를 심은 후 치근막이 잘 붙어야 한다. 치근막 재생이 잘 되면 치아가 건강하게 자리를 잡는다. 반면, 치근막 재생에 실패하면 치아의 수명이 짧아진다. 대개 5~10년 이후 치아를 빼야 한다. 치근막 재생이 잘됐는지는 기계로 검사하는데 치아를 두들겨 보면 소리가 다르다.
치근단절제술이나 의도적재식술이나 수술 후 교합치료는 필수다. 대부분 신경치료를 했던 치아라서 치아가 금이나 레진 같은 보철이 돼 있다. 치근단절제술을 한 경우 보철물이 워낙 얇지 않다면 교합치료를 해도 보철물에 구멍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의도적재식술은 대부분 보철에 구멍이 나 보철을 다시 할 가능성이 높다. 의도적재식술을 받은 후 8주 동안은 매주 병원을 방문해 수술 부위에 세균이 생기지 않도록 소독과 관리를 받아야 한다.
치아 수직 파절되면 의도적재식술 불가능
의도적재식술을 결정했으나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도 있다. 치아가 파절된 경우다. 치아가 수직으로 파절되면 엑스레이 촬영으로는 잘 안 보인다. 사전에 이에 대한 설명과 안내를 충분히 하므로 수술에 들어갔다가 불가능해지면 환자가 이를 이해하고 섭섭한 마음을 달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환자도 있어 사전 CT 촬영과 발치 전 치아 상태를 필수로 촬영한다. 수술에 사용하는 현미경에는 카메라가 달려 실금이 가 있는 상태를 촬영해서 보여주며 설명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