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설과 반대로 부정적인 생각을 피하는 게 되레 정신 건강에 좋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지금까진 너무 부정적인 생각을 억제하고 회피하면 방어 기제로만 여겨 오히려 정신 건강에 안 좋을 것이라고 알려졌었다. 내부에 침체돼 있는 기억을 끄집어내 해결하는 게 오히려 좋을 것이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통설과 반대로 부정적인 생각을 피하는 게 되레 정신 건강에 좋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인지·뇌과학과 마이클 앤더슨(Michael Anderson) 교수 연구팀은 부정적인 사고를 억제하는 게 정말 정신 건강에 안 좋은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16개국 성인 120명을 대상으로 그들을 불안하게 하는 부정적인 사건에 대한 생각을 억제하도록 훈련시켰다. 먼저 연구팀은 실험참가자에게 일어날지도 모를 부정적인 두려움과 걱정과 관련된 20가지 사건, 긍정적인 20가지 사건, 일상적이고 평범한 36가지 사건을 정하도록 했다. 각 사건은 구체적이고 생생한 시나리오로 구성돼야 했고, 한 단어로 해당 사건이 떠올려져야 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에 걸려 병원에 있는 부모님에 대한 부정적인 사건을 '병원'이나 '호흡' 등의 단어로 즉시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이후 연구팀은 3일 동안 매일 해당 시나리오를 상상하도록 하거나 상상하지 않도록 반복하는 상황을 각 12번 겪도록 하는 20분간의 커리큘럼을 진행했다. 상상하지 않을 때는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를 제공한 뒤 마음속으로 사건을 인식하고 바로 사건에 대한 생각을 중단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상상하지 않는 단계에서 실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부정적인 사건, 다른 그룹에는 일상적인 사건을 제공했다. 상상하도록 할 때는 실제 일어난 것처럼 구체적으로 상상하도록 했다. 윤리적인 이유로 부정적인 사건은 주어지지 않았다. 이후 바로 정신건강 척도를 확인하는 자가 설문지를 작성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혹시 부정적인 생각을 억제했을 때, 시간이 지난 후 더 큰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으로 돌아오진 않을지 확인하기 위해 3개월 후 다시 실험참가자들의 정신건강 척도를 확인했다.
그 결과, 3일간 커리큘럼 직후와 3개월 후 모두, 부정적인 사건의 생각을 억제한 그룹에서 부정적인 사건이 덜 생생하고 덜 두려워졌다고 밝혔다. 또 일상적인 생각을 억제한 사람보다 부정적인 생각을 억제한 실험참가자에서 그 효과는 두드러졌다. 특히 3개월 동안 부정적인 생각을 계속 억제한 실험 참가자에게서 정신건강 지수가 더욱 좋아졌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는 실험 참가자에게도 부정적인 생각을 억제하는 게 정신 건강 향상에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앤더슨 교수는 "기존 통설과 상반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며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두려운 생각을 적극적으로 억제하는 게 가능하고 실제로 유익할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