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을 앞뒤로 흔들고 한발씩 발을 앞으로 교차해 내딛는 동작, 즉 걷는 것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행동이 아니며 수면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 최근 연구 결과 밝혀졌다. 이번주 영국 가디언과 미국 포브스 등의 매체에 따르면 최근 '사이언티픽리포트'에 실린 한 논문은 잠과 걸음걸이의 상관관계를 연구해 이같이 밝혔다.
브라질, 벨기에, 미국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실시한 이 연구에는 이전에 보행, 균형, 수면 장애가 없는 30명의 대학생들이 참여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대학생답게(?) 이들의 수면 습관이나 수면 위생은 엉망이어서 자기 전에 폭식하는 것은 물론 잠 시간도 불규칙했다.
이들은 평균 6시간을 잤고 양질의 수면이 부족했다. 그런데 30명 중 10명은 주말에 더 자도록 해 수면을 보충했다. 10명은 주말에도 더 자지 못하고 주중의 패턴을 유지했고 나머지 10명은 목요일 밤부터 금요일까지 잠을 못자도록 했다.
그후 모든 연구 참가자들은 러닝머신 위를 걸으며 메트로놈의 박자에 자신들의 발걸음을 맞추려고 노력해야 했다. 그런데 메트로놈과 리듬을 맞추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동작이었는데도 목요일 밤부터 잠을 빼앗긴 학생들은 박자에 맞춰 발꿈치를 땅에 딛는 동작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박자를 놓치기도 하고 리듬도 맞추지 못했다. 이들은 세 그룹 중 가장 걷는 상태가 좋지 않았다.
주말에 모자란 잠을 벌충할 수 있었던 학생들은 잠을 벌충하지 못했던 이들에 비해 박자를 잘 맞췄다. 대체로 수면 전문가들은 나중에 잠을 몰아서 자는 것을 권하지 않지만 모자란 잠 이른바 '잠 빚'을 나중에라도 채우는 것이 신체적으로 훨씬 유리함을 시사했다.
연구자들은 이 실험이 걷는 동작이 생각만큼 단순한 것이 아니며 잠이 몸을 움직이는 것뿐 아니라 상황을 탐색하고 적응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현실은 러닝머신 위를 걷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사람들, 차, 사물을 피해야 하고 직업에 따라 위험하거나 복잡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잠을 빼앗기면 일상 생활이 삐걱거리는 것뿐 아니라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 그만큼 잘자는 것이 중요하다고 연구자들은 강조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기준에 따르면 성인은 적어도 7시간을 자고, 취학 연령의 아이들은 9~12시간, 청소년은 8~10시간을 매일 밤 자야 한다.
한편 지난 7월 한 호주 기업이 한국 성인 남녀 1058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 결과 한국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수면 시간은 8시간이었다. 반면 실제 주중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42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주말에는 주중보다 평균 한 시간 더 많은 7시간 49분 수면을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