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 때문에 전 세계가 난리다. 유력 언론과 비평가들의 호평 속에 각종 패러디가 쏟아져 나온다. 넷플릭스의 주가도 덩달아 치솟았다. 심지어 원화 환율 검색량도 급증했다. 많은 사람이 최종 상금인 456억원이 자기 나라 통화로는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이나 점 같은 이물질이 떠다니는 게 보인다면 비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드라마에 등장한 게임들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프랑스 파리의 팝업스토어에서는 장대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200m 이상 늘어선 대기줄을 목격할 수 있었다. 7시간 이상 기다리던 관람객들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고 실제 주먹다짐으로까지 이어지는 일도 있었다. 난투까지 포함된 제대로 된 체험(?)을 즐긴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넷플릭스가 서비스하는 83개국 모두에서 시청 순위 1위를 차지한 <오징어게임>은 거액의 상금이 걸린 잔혹한 서바이벌 게임을 다루고 있다. 빚에 쫓기다가 스스로 게임의 말이 된 참가자들을 이야기한다. 주인공 성기훈 역시 돈 때문에 제대로 된 아들, 남편, 아빠 노릇조차 못하는 사람이다. 벗어날 수 없는 밑바닥에서 아무리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는 돈을 얻기 위해서는 게임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현실에서는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것이 보인다면 보통 서바이벌 게임 대신 안과를 찾는다. 40~50대가 되면 대부분 손에는 잡히지 않는 점, 날파리, 실오라기, 먼지 같은 물체가 눈앞에 떠다니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비문증이다.
비문증은 유리체에서 생긴다. 안구 내용물 중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는 유리체는 90% 정도가 물이고 나머지는 콜라겐 섬유로 이뤄진 탄력 있는 젤리 형태의 물질로 안구가 정상적인 형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동공을 통해 들어온 빛이 망막까지 잘 도달할 수 있도록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유리 다리나 유리구슬처럼 투명하기 때문에 유리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런데 유리체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많은 부분이 액화돼 탄력을 잃고 흐물흐물해진다. 비문증은 이런 과정에서 생겨난 유리체 내 부유물이 눈으로 들어가는 빛의 일부를 가리게 돼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생리적 비문증’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10명 중 7명 정도가 경험한다. 대개 일시적인 증상에 불과하며 곧 사라지거나, 익숙해지기 때문에 다소 신경 쓰이긴 해도 당장 치료가 필요한 안질환은 아니다. 그래서 ‘생리적 비문증’의 경우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보통은 환자 스스로가 적응하는 것을 권장한다. 치료하게 될 경우 오히려 망막에 손상을 일으키거나 불편감을 증대시키는 등 합병증과 부작용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영순 안과전문의
그러나 ‘병적 비문증’은 ‘생리적 비문증’과 달리 시력을 위협해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다. 갑자기 떠다니는 물체 수가 많아지는 경우, 번쩍이는 빛이 보이는 경우(광시증), 눈앞에 커튼이 드리워지는 듯한 경우(시야결손)의 증상이 비문증과 함께 나타났다면 ‘병적 비문증’일 수 있다.
‘병적 비문증’은 유리체 충혈이나 망막박리, 망막시신경염 등의 질환이 있을 때 발생하는데 망막박리가 황반부까지 일어나기 전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시력을 유지할 수 있다. ‘병적 비문증’의 증상이 나타났다면 심각한 수준까지 진행되기 전에 신속하게 안과를 방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