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약을 한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고 하던데, 증상도 없는데 약은 나중에 먹으면 안 돼요?” 진료실에서 고혈압 환자의 치료를 시작할 때 흔히 마주치는 장애물 중 하나는 약 복용에 대한 환자의 거부감이다. 이 경우 고혈압 치료의 목적에 대해서 다시 한번 짚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고혈압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당장 눈앞의 혈압 수치를 정상으로 만들거나 고혈압으로 인한 증상을 없애고자 함이 아니고, 고혈압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장기적인 뇌혈관 및 심장혈관 합병증은 예방하는 것이다. 따라서 혈압이 높다는 것을 알면서 방치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현재 혈압과 이로 인한 합병증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비약물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여 정상혈압을 유지하여야 한다.
또 환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는 약을 써서 정상혈압으로 돌아온 이후 약을 중단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오랜 기간 운동을 꾸준히 해서 몸이 건강한 상태가 되었다고 해서 운동을 관두지는 않는다. 그러면 우리 몸은 다시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것이다. 혈압도 마찬가지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혈압약을 중단하고 관리를 멈추면 혈압을 올리는 비가역적 요인(나이, 가족력)과 가역적 요인(식습관, 체중, 흡연)들로 인하여 원래의 혈압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식습관, 운동, 체중조절 등 가역적인 요인들이 충분히 조절되는 경우에는 이것만으로도 혈압이 조절되어 혈압약을 중단하시게 되는 경우도 있다.
습관 개선으로 혈압 조절
우리나라 고혈압 환자의 통계를 보면 40% 정도는 고혈압 약제 하나로 혈압조절이 되고 60%는 두 가지 이상의 약제가 필요하다. 보통 혈압약 하나당 수축기 혈압 10mmHg가 조절된다. 그런데 염분제한, 운동, 체중감량 등의 생활습관이 충분히 되면 수축기 혈압 10mmHg 정도가 조절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고혈압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환자들은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목표혈압이 유지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약물치료를 이미 하고 있는 환자도 비약물치료를 병행함으로써 혈압약을 줄이거나, 중단할 수 있다. 혈압을 낮추기 위해서는 염분이 낮은 식사를 하여야 한다. 칼륨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의 섭취를 늘리는 것을 권장 드린다. 또 중요한 것은 꾸준한 운동을 통하여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 외에 과한 스트레스, 음주, 흡연을 피하는 것도 혈압 조절에 도움이 된다.
주 치료법 ‘약물치료’
비약물치료도 중요하긴 하지만 고혈압 환자에서 큰 폭의 혈압조절을 위해서는 약물치료가 주된 치료일수밖에 없다. 혈압약은 혈압을 낮추는 방식에 따라 세, 네가지의 카테고리로 분류하는데 환자의 기저질환, 연령대, 가능한 합병증 등을 고려하여 선택하게 된다. 고혈압 치료를 통한 고혈압 합병증 예방효과를 위해서는 의사의 처방대로 규칙적으로 약을 복용하여야 한다. 많은 임상 연구에서 환자의 복약 순응도, 즉 약을 얼마나 열심히 먹는 지가 고혈압 치료 효과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인자임이 확인된 바 있다.
현재 사용하는 혈압약은 대부분 오랜 기간 동안 안정성이 입증된 약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고 장기 복용하여도 되는데 가장 흔한 부작용은 혈압이 낮아지며 발생하는 저혈압 증상이다. 특히 요즘같이 날이 더워지고 땀을 흘릴 수 있는 날씨에는 저혈압 증상이 지속될 경우 의사와의 상담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