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검진을 위해 치과를 찾은 20대 A씨는 별다른 통증이나 불편은 없었지만 방사선 사진을 통해 사랑니 4개가 모두 잇몸 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람은 평생 동안 52개(유치 20개·영구치 32개)의 치아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중 사랑니는 가장 늦게 나오는 영구치이면서 가장 안쪽에 나는 큰 어금니(제3대구치)로, 위아래 양쪽으로 하나씩 총 4개가 날 수 있지만 개인차가 있다. 보통 17~25세 무렵에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때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많을 시기이고, 새로 어금니가 날 때 마치 첫사랑을 앓듯이 아프다고 하여 '사랑니'라고 한다. 사랑니가 문제가 되는 것은 잇몸 속에 매복해 있거나, 일부만 나오거나, 정상적인 위치에 나오지 않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불편을 겪는 사랑니에 관한 궁금증을 방강미 관악서울대치과병원 교수(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질의응답(Q&A)으로 풀어본다.
―사랑니는 반드시 뽑아야 하나.
▷사랑니가 정상적인 위치에 반듯하게 나와 있고 칫솔질을 통해 청결하게 관리할 수 있다면 굳이 뽑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사랑니는 제일 안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칫솔질 등 위생 관리가 어려우며 음식물이 잘 끼어 구취나 충치, 잇몸질환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일부만 나와 있는 사랑니는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잇몸 감염이나 주변 치아의 충치, 흡수를 일으키기도 하며 심하면 낭종(물혹)이 발생해 영구적인 손상(턱뼈 흡수, 감각마비, 안면비대칭 등)이 생길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사랑니, 언제 뽑는 게 좋은가.
▷통상적으로는 사춘기가 지나서 성인이 되는 18~22세에 빼는 것이 좋다. 이 시기는 사랑니 뿌리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으며, 턱뼈가 무르기 때문에 발치하기가 쉽다. 또 사랑니가 신경관과 닿아 있더라도 발치 후 신경 손상 가능성이 낮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보철이나 교정치료 같은 다른 치과 치료 이전에 발치할 수도 있다. 게다가 사랑니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뽑는 것이 회복도 빠르고 발치로 인한 불편도 적기 때문에 18세가 되면 사랑니가 잇몸 밖으로 나오지 않았더라도 치과에 방문해 방사선 사진을 촬영해 보는 것이 좋다.
―사랑니를 뽑으면 겪을 수 있는 불편함은.
▷매복된 사랑니 발치는 잇몸을 절개해 사랑니를 덮고 있는 치조골(잇몸뼈) 일부를 갈아내고, 치아를 조각내어 뽑는 간단한 수술이다. 하지만 이는 외과적인 수술이기 때문에 통증이나 부기, 출혈이 수반되며, 통증 정도는 매복된 정도, 치아 뿌리 모양, 나이, 전신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고령 환자가 뼈와 단단히 붙어 있는 사랑니를 발치하면 욱신거리는 통증이 2개월까지도 지속될 수 있다. 아래턱 사랑니를 발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합병증은 '신경손상'이다. 하지만 운동신경은 아니기 때문에 표정, 움직임, 말하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따라서 수술 전 신경관과 사랑니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전산화단층촬영을 하여 그 위험성을 평가하며 손상이 예상되면 사랑니의 불편감 정도에 따라 발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잇몸 속에 매복된 사랑니가 별다른 통증이 없는데 발치해야 하나.
▷사랑니가 잇몸 속에 완전히 매복돼 있다면, 염증을 일으키거나 주변 치아를 손상시키지는 않지만, 언제든지 문제를 유발할 수 있어 발치하는 것이 좋다. 대표적인 문제로는 매복사랑니 주위로 물혹이 발생하는 함치성낭종을 들 수 있다. 초기에는 별다른 자각증상이 없기 때문에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점차 낭종이 커지면 신경손상 가능성이 증가하고, 치조골 결손이 많아지면서 치아 위치가 변하거나 약한 충격에도 턱뼈가 부러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