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연 경희대학교치과병원 치주과 교수] 흔히 잇몸병이라고 하면 치아의 뿌리를 가장 겉에서 감싸고 있는 연조직인 ‘치은’이 붓고 피가 나는 염증 증상에만 주목한다. 하지만 치아를 둘러싸고 있는 정교한 구조의 치주조직도 주목해야 한다. 염증이 잇몸 표면에 국한되어 있다면 치은염, 치주인대와 치조골로 깊이 진행되면서 파괴가 일어난다면 치주염으로 구분할 수 있다.
치주염은 대부분 장시간에 걸쳐 만성적으로 진행된다. 별 다른 통증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시기를 놓쳐 치아를 뽑아야하기도 한다. 한 번 망가진 치주조직은 건강했던 예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으며, 재생치료는 극히 제한적이다. 치료는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을 최대한 조절하고, 질환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다. 치아 상실은 결과적으로 심미, 발음, 섭식 저하와 같이 환자 삶의 질에 직결되는 다양한 문제로 나타난다. 예방이 최선의 치료이며, 진행 상태를 제대로 진단해 원인을 조절하고 적절한 치주 치료와 지속적인 유지 관리를 통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는 스케일링, 치근활택술 등 기본적인 치주 치료부터 절제술이나 재생술을 동반한 치주 수술을 진행하기도 한다.
치주질환 발생의 주된 원인은 세균성 치태이다. 이는 치아 표면에 잔존하는 음식 잔여물에 구강 내의 세균이 증식하면서 형성되는 것으로, 세균이 만들어 내는 독성 물질의 지속적인 자극이 염증 반응을 일으켜 이로 인한 치주조직의 파괴가 동반된다. 하지만, 진행 과정을 살펴보면 구강 내 세균만이 치주질환을 유발·악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흡연, 전신질환, 스트레스, 유전적인 요인, 영양 상태, 스트레스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모두 위험 요소인데, 그중 흡연과 당뇨는 치주 질환의 진행을 크게 악화시키는 주요 위험 요소로 알려져 있으며 치주치료 후 결과에 악영향을 끼치고 재발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특히, 치주질환은 ‘당뇨의 6번째 합병증’이라고 일컬어 질 만큼 당뇨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당뇨 환자의 조절되지 않는 고혈당은 치주질환의 감염 및 치유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당뇨가 조절되지 않는 환자는 건강한 사람에 비해 치주질환 이환율이 3배 정도 높게 나타나고, 흡연까지 동반될 경우 위험성은 20배에 이르기도 한다. 그 외에도 구강건조증, 충치, 구강 칸디다균 감염 등 구내 불편감과 통증을 동반하는 다양한 구강질환을 유발시킬 수도 있으므로 만성질환 환자는 치주질환 감염에 유의해야 한다.
만성질환만이 치주질환의 발병 및 진행 위험을 높이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치주질환 역시 만성질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치주질환으로 발생한 구강 내 세균과 독소, 혹은 질환부에서 형성된 염증성 매개물질 등은 혈관에 전달될 수가 있는데 이 경우 면역염증반응을 일으키거나 당의 흡수를 저해하고 인슐린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는 등 부작용을 발생시켜 당뇨 환자의 혈당치를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혈관내피세포를 직접적으로 손상시키거나 혈액을 응고시켜 혈전을 형성하는 등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에 관여하기도 한다. 또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구강 내 세균이 폐로 유입되면 폐렴 등의 질환이 발생하거나 기도가 만성염증반응으로 좁아질 수 있다.
실제로 다양한 역학조사를 통해 치주질환이 당뇨, 뇌혈관질환, 만성폐쇄성 호흡기질환, 심혈관질환, 조산 혹은 미숙아 출산 등 질환과의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치주질환의 치료와 예방은 구강 건강의 개선뿐 아니라 전신 질환의 조절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치주염을 같이 앓고 있는 당뇨 환자가 치주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하면 고혈당의 조절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꼭 함께 치료 받는 것이 좋다.
구강 건강의 기본이자 핵심은 ‘꾸준한 관리’다. 치주 질환은 완치의 개념이 없는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치주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재발되었을 때 바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청결한 구강 위생을 유지하는 것이 치료의 결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주기적인 치태 관리 뿐 아니라 환자 스스로 구강을 깨끗이 유지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 후에도 정기적인 스케일링, 치태 조절을 통한 지속적인 관리, 올바른 칫솔질 습관과 치간 칫솔, 치실 등의 보조기구를 활용한 구강 위생관리가 병행되어야 한다. 올바른 칫솔질은 치아건강을 위한 최선의 예방법이다. 치실이나 치간 칫솔과 같이 치아 사이를 닦을 수 있는 보조기구들을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칫솔질은 무조건 자주 닦는 것 보다 한 번 닦을 때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주 질환이 있다면 치아와 잇몸의 경계부에 칫솔모를 45도 정도로 비스듬히 위치해 가벼운 압력으로 진동을 주듯 짧고 부드럽게 움직인 후 구강 내로 털어내듯 닦는 방법이 도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