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사회에 도입한 우리나라의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는 단순히 수명을 늘리는 것이 아닌 ‘건강하게’ 장수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노화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기 전 시기를 건강수명이라고 하는데, 최근 노화 연구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건강수명을 늘리는 것이다.
국내 연구진이 가늘고 길게 사는 돌연변이체에 특정 돌연변이를 도입, 질병 없이 건강한 장수를 유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인간의 건강 장수를 유도해 초고령화 사회의 문제 해소 가능성을 제시하는 연구 결과로 주목받고 있다.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이승재 교수 연구팀은 인슐린 발현을 감소시킨 돌연변이 예쁜꼬마선충에서 종양 억제 유전자인 ‘PTEN’(포스파티딜이노시톨(phosphoinositol)과 단백질에서 인산기를 떼어내는 효소활성을 가진 탈인산화효소)에 돌연변이를 유도하면 장수와 건강 모두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예쁜꼬마선충은 몸길이 1㎜ 정도의 선충류다. 배양이 쉽고 사람과 유전 정보 특성이 닮아 실험동물로 널리 활용된다.
생명체의 노화를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과 인슐린 유사 성장 인자의 발현을 저하하면 수명은 늘릴 수 있지만, 운동성·생식능력·발달 등 건강수명은 오히려 악화할 수 있다.
KAIST 생명과학과 이승재 교수
연구팀은 인슐린과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가 감소한 예쁜꼬마선충에서 PTEN 유전자 서열 하나만 바꾸면, 수명은 줄이지 않으면서도 건강을 유지하도록 생명체의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기서열 분석과 효소 활성 측정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종양 억제 유전자 PTEN의 변이로 장수에 따르는 부작용을 해결하는 것이다.
PTEN 변이는 세포의 성장·증식·수명에 관련된 유전자의 발현을 유도하는 전사인자 ‘FOXO’의 활성은 유지하면서도 과활성화될 경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항산화 단백질 발현 조절 전사인자인 ‘NRF2’의 활성은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승재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의 수명 증진에 초점을 맞추었던 대부분의 노화 연구들의 틀을 넘어 생명체가 건강을 유지하면서 장수를 도모할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노화 연구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의 저명한 국제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지난달 24일 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