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다 가졌던 중국 최초의 황제 진시황도 끝내 손에 넣지 못한 것이 있다. 바로 불로장생이다. 서복이라는 신하는 황제의 명령에 따라 배 60척, 일행 5000명, 동남동녀 3000명을 이끌고 불로초를 찾기 위한 탐험에 나섰다고 전해진다. 제주도의 서귀포가 ‘서복이 돌아간 포구’로부터 유래했다는 설화도 있을 정도니 진시황의 불로초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잘 알려져 있다시피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고, 여전히 그 어떤 사람도 노화를 피할 수는 없다.
정상 시야와 사물이 휘어져 보이거나 중심부가 안 보이는 황반변성 시야의 차이 / 아이러브안과 제공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눈에서부터 세월의 흐름이 느껴진다. 흔히 백내장과 녹내장, 황반변성을 3대 노인성 안질환이라고 일컫는데, 이중 65세 이상 인구에서 법적 실명의 빈도가 가장 높은 질환이 황반변성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망막의 중심부에 시신경 조직인 황반이 있다. 비록 3㎜ 정도 크기의 작은 부위이지만, 이곳에는 시세포와 시신경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어 사물의 형태와 색을 구별하는 역할을 한다. 빛을 가장 선명하고 정확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이며, 물체의 상이 맺히는 곳도 황반의 중심이다.
황반변성은 황반이 노화나 유전적인 요인, 염증, 독성 등에 의해 기능이 떨어지면서 시력이 감소하고, 심할 경우 실명에까지 이르게 하는 질환이다. 주요 증상은 시야 한가운데가 검게 보이거나 비어 보이는 것, 계단이나 바둑판같이 직선으로 돼 있는 사물이 휘거나 찌그러져 보이는 것 등이 있다.
황반변성은 크게 건성(비삼출성)과 습성(삼출성)으로 구분된다. 망막 아래쪽에서 신생혈관이 생기는 습성 황반변성은 예후가 좋지 않고 시력을 잃을 위험이 있으므로 반드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안과에서는 약물 투여, 광역학 치료, 유리체강 내 주사, 수술 등 다양한 치료를 진행한다. 전체 황반변성의 80~90%를 차지하는 건성 황반변성의 경우 심한 시력상실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박영순 안과전문의
황반변성의 주된 원인은 눈의 노화로 알려져 있다. 유전적 소인(가족력), 흡연 등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망막에 신생혈관이 생겨나는 등 망막 전체의 건강이 나빠지게 되므로 비만과 당뇨병 역시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황반변성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루테인 등 항산화제나 녹황색 채소, 과일 섭취가 중요하고, 금연 및 규칙적인 운동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안과를 가까이해야 한다. 황반변성은 정기검진을 통한 조기 진단,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기에 발견할수록 망막세포 손상이 적어 치료 효과도 좋다.
많은 실명 질환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고, 눈에 띄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미 말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대다수 중·장년층이 안과 검진을 소홀히 하거나 아예 하지 않아, 손 쓰기에 너무 늦어버린 안타까운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마찬가지로 황반변성도 노안과 비슷해 가볍게 지나치기 쉽다. 오랜 기간 방치돼 이미 망막 신경 손상이 많이 진행된 경우에는 뒤늦게 치료를 시작해도 시력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40대 이상이라면 1년에 안과 검진을 한 번 이상 받아 눈 건강을 점검하는 것이 좋다. 안질환 치료와 예방의 기본은 조기 발견, 조기 치료라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