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기력 북돋우고, 심신 다스리고, 뇌 건강 챙기고…예로부터 써 온 약재
[중앙일보]
건강에 도움되는 약재나 물질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최근 새로운 효과가 발견된 신물질이거나 전통적으로 그 효과가 증명돼 쓰이는 약재거나. 전자는 난치성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이고 후자는 오랜 세월 효과뿐 아니라 안전성까지 검증된 경우가 많다. 침향은 이들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가진 약재다. 지금도 새로운 효과가 발견되면서 잠재성을 갖춘 약재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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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향의 건강학]
한·중 전통 의서에 효과 명시
쥐의 스트레스 호르몬 감소
뇌 손상 일으키는 염증 억제
침향은 침향나무에 상처가 났을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하는 점도 높은 액체인 수지(樹脂·나뭇진)가 오랜 시간 조금씩 굳어져 덩어리가 된 것을 말한다. 나무는 수지를 통해 세균·곰팡이 등 상처 감염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한다. 이 수지가 짧게는 10~20년, 길게는 수백 년 동안 굳어야 비로소 침향이 된다.
『동의보감』 『본초강목』 등 효능 인정
침향은 예로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이는 여러 문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침향은 특히 기력이 쇠하고 활력이 떨어졌을 때 이를 개선하는 데 활용됐다. 중국 송나라 의서 『본초연의』에는 “침향이 나쁜 기운을 제거하고 치료되지 않은 나머지를 고친다. 부드럽게 효능을 취해 이익은 있고 손해는 없다”고 기록돼 있다. 또 중국 명나라 본초학 연구서 『이시진』에서는 “상체에 열이 많고 하체는 차가운 상열하한(上熱下寒), 천식·변비, 소변이 약한 증상 등에 처방한다”고 침향의 쓰임새에 관해 설명한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침향의 성질에 대해 “뜨겁고 맛이 맵고 독이 없다. 찬 바람으로 마비된 증상이나 구토·설사로 팔다리에 쥐가 나는 것을 고쳐주며 정신을 평안하게 해준다”고 적혀 있다.
침향은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도 효과적이다. 명나라 의서 『본초강목』에는 “정신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켜 주며 위를 따뜻하게 하고 기를 잘 통하게 한다”고 설명돼 있다. 특히 “간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허리를 따뜻하게 하고 근육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기침을 가라앉히고 가래를 제거한다”고 기록돼 있다.
이런 효과는 침향의 성질 때문이다. 침향은 기본적으로 체내 기운을 다스리는 성질이 있다. 서초아이누리한의원 황만기 원장은 “한의학에서는 침향을 기운을 잘 다스리는 약이라고 해서 ‘이기약(理氣藥)’으로 분류한다”고 설명했다.
우선 올라오는 병의 기운을 내리는 성질이 있다. 구토·기침·천식·딸꾹질을 멈추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배출되지 못하는 것을 개선하는 성질도 있다. 그래서 복부 팽만, 변비나 소변이 약한 증상에도 효과적이다. 황 원장은 “본초학에서는 침향을 강기온중(降氣溫中)·난신납기(暖腎納氣)라고 해 기를 내리고 속을 따뜻하게 하는 효능과 기운이 콩팥으로 모여 단단하게 하고 잘 배출시키는 효능이 있다고 설명한다”고 말했다. 침향은 천식, 변비, 소화 장애뿐 아니라 정력제로도 쓰였다.
침향의 핵심 성분과 작용 기전은 점차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성분은 ‘베타셀리넨(β-Selinene)’이다. 베타셀리넨은 만성 신부전 환자의 증상을 호전시키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성 신부전 환자에게 침향을 섭취하게 했을 때 식욕부진과 복통, 부종 등의 증상이 호전됐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침향에 있는 베타셀리넨이 신장에 기운을 불어넣고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핵심 성분은 ‘아가로스피롤(Agarospirol)’이다. 아가로스피롤은 신경을 이완하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 때문에 ‘천연 신경안정제’로 불린다. 『본초강목』에 “정신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켜 준다”고 언급된 것이 바로 아가로스피롤의 효과다. 심리적 안정감을 회복시켜 주기 때문에 불면증을 극복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는 보고가 있다.
최근에는 기존에 밝혀진 효과 외에 뇌 건강에도 긍정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지난해 8월 국제분자과학회지 온라인판에는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동서생명과학연구원 이진석·손창규 교수팀의 연구결과가 실렸다. 연구팀은 수컷 쥐 50마리를 10마리씩 다섯 그룹으로 나눠 스트레스를 가하지 않은 한 그룹을 제외하고 네 그룹에 매일 6시간씩 11일 동안 반복적으로 스트레스를 가한 뒤 침향 추출물의 농도를 달리해 투여했다. 그리고 쥐의 뇌 조직과 혈청을 적출해 혈중 코르티코스테론(스트레스 호르몬) 및 뇌 해마의 손상도를 비교 분석했다. 코르티코스테론은 쥐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식약처가 안전성 확인한 제품 선택하길
분석 결과, 일반 쥐의 코르티코스테론 농도는 스트레스를 받기 전보다 5.2배 증가했다. 그런데 침향 추출물을 높은 농도(80㎎/㎏)로 투여한 그룹은 뇌의 활성산소가 가장 현저하게 줄었다. 혈중 코르티코스테론 농도도 유의하게 감소해 실험 전 수준에 가깝게 회복됐다. 연구팀은 “스트레스는 뇌의 면역 세포인 ‘미세아교세포’를 과활성화해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고 이로 인해 생성된 염증이 뇌의 산화적 손상을 일으키는데, 침향 추출물이 미세아교세포의 활성을 억제해 이러한 손상을 막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스트레스로 인한 뇌 손상 기전을 침향이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 침향도 적정량을 섭취해야 한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전성을 확인한 침향 배합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건강한 가족] 기력 북돋우고, 심신 다스리고, 뇌 건강 챙기고…예로부터 써 온 약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