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와 하버드대 브로드 연구소, 스탠퍼드대, 미 국립보건원(NIH)이 참여한 ‘신체 활동 중 분자 변환 컨소시엄(MoTrPAC)’은 장기간 신체 활동이 거의 모든 조직의 RNA와 단백질, 대사 산물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pixabay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상식적인 지식과 이를 실제 과학 원리로 밝혀내는 건 다르다. 과학자들은 운동이 세포 수준에서 어떻게 우리 몸을 변화시키는지 밝혀냈다. 이에 따라 개인 맞춤형 운동이나 운동 효과를 모방한 치료법도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와 하버드대 브로드 연구소, 스탠퍼드대, 국립보건원(NIH) 연구자들이 참여한 ‘신체 활동 중 분자 변환 컨소시엄(MoTrPAC)’은 지난 1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장기간 신체 활동이 거의 모든 조직의 리보핵산(RNA)과 단백질, 대사 산물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학계는 운동 효과를 인체 세포와 분자 단위에서 광범위하게 살핀 첫 사례라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최대 8주에 걸쳐 운동기구 위에서 달리기 운동을 한 시궁쥐(rat)의 심장과 뇌, 폐 등 18개 기관에서 시료와 혈액을 채취했다. 이어 단백질과 대사산물, 유전물질인 RNA와 같은 성분을 연구자들에게 나눠 분석시켰다. 분석 횟수만 해도 2만 회를 훌쩍 넘었다. 그 결과 운동이 신체 전체에서 수천 개의 분자 변화를 일으켰다는 것을 확인했다. 운동은 면역 체계를 조절하고, 스트레스에 반응하며 염증성 간 질환, 조직 손상과 같은 경로를 제어하도록 도왔다.
운동 효과는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수컷 쥐는 운동을 시작한 지 4~8주 사이에 큰 변화를 보이지만, 암컷 쥐는 대부분 1~2주 사이에 면역 신호 분자에서 두드러진 변화를 보였다. 지구력 운동을 했을 때 수컷의 지방 조직에서는 지방 분해와 관련된 지표가 증가했으나, 암컷 조직에서는 심장 대사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지방 세포 유지나 인슐린 신호와 관련된 지표가 증가했다.
연구를 이끈 스티브 카 브로드 연구소 프로테오믹스 플랫폼 수석 이사는 “신체의 여러 기관에서 운동의 효과를 본 최초의 전체 유기체 지도”라며 “과학자들이 모여 고품질 데이터를 많이 만들고, 통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관련 데이터를 온라인 공공 저장소에서 공유하며 연구를 진행했다.
특히 이번 연구로 운동 중에 간의 지방이 줄어드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었다. 운동 이후 에너지 생산에 관여하는 미토콘드리아 반응과 에너지 저장을 조절하는 신호가 증가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를 이용하면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발전시키면 개인 건강 상태에 맞는 맞춤형 운동이나 운동할 수 없는 사람을 위해 신체 활동을 모방하는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앞으로 6년 동안 1억7000만달러(약 2338억원)를 투자해 인체를 대상으로 운동 효과를 분자 단위에서 살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