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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9-09 10:31
[생활건강] 건강 좌우하는 수분 섭취 전략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099  

중앙시사매거진


[생활건강] 건강 좌우하는 수분 섭취 전략 



물 대신 커피? 마실수록 수분 균형 무너져 


카페인이 이뇨작용 촉진… 물 세 배 더 마셔야 균형 회복
알칼리이온수 등 기능수, 혈당 개선 및 피로 해소 효과


▎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주목을 받으면서 ‘알칼리이온수’ ‘산소수’ 등 함유 성분을 차별화한 기능성 물이 시중에 나오고 있다.

인체는 거대한 물탱크와 같다. 실제 몸의 50~70%는 물로 구성돼 있다. 체내에 총수분량이 2%만 줄어도 갈증을 느끼기 시작한다. 4%가 빠지면 극심한 피로를 느끼고, 10% 이상 손실되면 의식불명·쇼크로 시작해 심한 경우 목숨을 잃을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물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아간다. 자신도 모르게 만성 탈수에 시달리는 사람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만성 탈수는 체내 수분이 지속해서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 뇌의 시상하부는 혈액 내 수분과 염분 농도를 감지해 갈증을 느끼도록 지시한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 경우,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오래 앓은 경우에는 수분이 부족해도 이런 ‘갈증 센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수분 공급이 지연된다. 인체는 마르는데 정작 물을 대야 할 뇌가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몸이 가물면 곳곳에서 위험 신호가 포착된다. 먼저 소변을 보는 횟수와 양이 준다. 소변 내 ‘우로크롬’이라는 황색 색소의 비율이 증가하면서 색도 진하게 변한다. 피부도 푸석푸석해진다. 탈수 상태가 계속되면 혈액은 산소·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세포로부터 수분을 빼앗아온다. 이로 인해 피부세포가 메마르고 쪼그라들면서 주름이 생기고 탄력이 떨어진다. 고대안산병원 신장내과 강영선 교수는 “앉았다 일어날 때 머리가 어지럽고 아픈 것도 수분 부족의 대표적인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체내 수분 부족하면 몸에 돌 생기기 쉬워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경보가 발효된 8월 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분수대에서 어린이들이 물놀이하고 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이런 증상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장기간에 걸친 수분 부족 상태는 신체·정신 건강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만성 탈수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질환은 첫째, 요로 결석이다. 체내 수분이 부족하면 소변이 농축되면서 칼슘·요산 등이 뭉쳐 돌(결석)이 생기기 쉽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신장내과 이영기 교수는 “요로 결석을 예방하기 위해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는 사실은 히포크라테스 시절부터 잘 알려진 의학 상식”이라며 “이미 요로 결석이 생긴 환자에게도 수분 섭취는 결석 배출을 돕고 재발을 막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둘째, 고혈압·당뇨병·비만 등 만성질환이다. 수분이 빠지면 혈액이 걸쭉해지고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진다. 혈압이 오르기 쉽고 혈당 조절도 잘 안 된다. 2011년 국제 학술지 [당뇨병 치료(Diabetes Care)]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중년 남 녀 36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루에 500㎖ 미만의 물을 마신 그룹과 비교해 하루 500~1000㎖의 물을 마신 그룹은 고혈당증 발병 위험이 0.68배 낮았다. 비만 역시 수분 섭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물을 마시지 않으면 포만감이 줄고 음식 섭취량은 늘어 지방이 쌓이기 쉽다. ‘만성 탈수-만성질환’의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각종 혈관 질환의 위험까지 덩달아 커진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거나 기억력 등 뇌 기능이 떨어지는 것도 만성 탈수 때문일지 모른다. 체내에 수분이 모자라면 주요 장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이로 인한 부담을 줄이려 인체가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 분비를 촉진한다. 사소한 일에도 우울·불안·짜증을 느끼고 계산력·공간력과 같은 인지기능이 떨어진다. 수분 섭취가 감소하면 대소변이 체내 장시간 머물게 되고, 이로 인해 점막이 손상돼 방광암·대장암 등 암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도 있다.

다만 물도 무조건 마시는 건 능사가 아니다. 체내 수분량은 나이에 따라 변한다. 신생아 시기 65%에 달하는 체내 수분량은 청소년기(60%)를 거쳐 50대가 되면 50%까지 감소한다. 8온스(약 230㎖)로 8컵을 매일 마셔야 한다는 이른바 ‘8×8 규칙’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속설일 뿐이다. 이영기 교수는 “일반적으로 건강한 성인은 하루 세 끼 식사 등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수분 섭취만으로도 수분 평형이 잘 유지된다”라며 “갈증이 날 때 물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신체 기능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영양학회지]에 실린 연구(2017년)에 따르면, 수분 섭취와 관련된 논문 43편을 종합 검토한 결과 한국인은 건강 유지를 위해 적어도 하루 1.2ℓ의 수분(50대 이상은 1ℓ)은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을 마실 때 중요한 건 양보다는 마시는 시간이다. 아침 공복 상태에서 물을 마시면 장운동이 활발해져 변비 완화에 도움이 된다. 수면 시 호흡·땀으로 빠져나간 수분도 빠르게 보충할 수 있다. 끈적거리던 혈액이 묽어져 심근경색·뇌졸중 위험이 줄고 밤새 쌓였던 노폐물도 원활히 배출된다.

흔히 잠에서 깬 직후 물을 마시면 구강 내 세균이 물과 함께 흡수돼 건강에 좋지 않다고 알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서울대 치과병원 원스톱협진센터 이정원 교수는 “아침에 일어나 양치를 안 하고 물을 마시면 입 안 세균이 체내 침투해 건강에 나쁘다는 건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며 “대부분의 세균은 위에 침투하더라도 강한 위산에 의해 제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굳이 이를 닦고 입 안을 헹군 다음 물을 마실 필요는 없다.

물 한꺼번에 마실 땐 ‘저(低)나트륨혈증’ 위험


▎‘2018 JTBC 서울마라톤’ 10㎞ 코스 경기 참가자들이 물을 마시고 있다.
식사 30분 이전에 마시는 물은 포만감을 느끼게 해 과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반면 식전 30분~식후 1시간에 마시는 물은 소화액도 희석해 소화 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 취침 전에 물을 마시면 소변 때문에 잠을 설칠 수 있어 가볍게 반 컵 정도만 마시는 게 좋다.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물을 마시는 것은 금물이다. 혈중 염분 농도가 위험할 정도로 떨어지는 저(低)나트륨혈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두통·어지럼증·피로, 근육 경련 등의 증상은 물론 뇌가 붓는 뇌부종으로 악화하는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무서운 병이다. 장시간 야외활동이나 운동으로 땀을 많이 흘렸더라도 무턱대고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건 위험할 수 있다. 2002년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한 488명의 선수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0명 중 1명(13%)은 경기 도중 물을 너무 마셔 저나트륨혈증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 2005).

전문가들은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을 할 때는 전·중·후로 시기를 나눠 전략적으로 수분을 보충해야 몸의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조언한다. 운동 2~3시간 전까진 수분을 인체에 저장하는 단계로, 체중 1㎏당 5~7㎖가량의 수분을 섭취하는 게 좋다. 예컨대 체중이 70㎏이라면 350~500㎖의 물을 마시면 된다. 운동 중에는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의 물을 마시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15~20분 간격으로 150~300㎖ 정도 수분을 섭취하면 근력이 유지돼 운동 수행 능력도 향상된다. 운동 후에는 빠져나간 수분을 채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체중계에 오른 다음 ‘감소한 체중의 1.5배(체중이 500g 줄었다면 750㎖)’의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향후 소변 등으로 배출될 수분을 고려한 양이다.

갈증이 날 때 커피나 탄산음료, 맥주를 찾는 사람이 많다. 이런 음료수는 물과는 달라 아무리 마셔도 부족한 수분을 충분히 채울 수가 없다. 카페인이 든 커피나 맥주는 이뇨 작용을 촉진해 많이 마실수록 체내에서 수분이 배출되는 역효과가 난다. 커피·맥주를 마실 경우 마신 양의 세 배 정도의 물을 더 섭취해야 수분 균형이 맞춰진다. 당분이 많이 들어간 탄산음료는 수분 보충 효과가 작을뿐더러 혈당을 올리고 비만을 유발한다.

땀을 많이 흘릴 때 찾는 이온음료도 물을 대신하진 못한다. 물론 이온음료는 수분과 함께 염분·칼륨·당분 등이 포함돼 운동 후 빠른 회복을 돕는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이온음료 한 병에 든 당분이 각설탕(3g) 10개 이상으로 많다는 점이다. 강동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김수영 교수는 “이온음료에는 염분 흡수를 돕고, 에너지를 빠르게 생성하기 위해 의외로 많은 양의 당분이 포함돼 있다”라면서 “단맛에 끌려 물 대신 마시면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수분 섭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능수(機能水)’ 시장도 부쩍 커졌다. 기능수란 산도(pH)가 다르거나 특정 성분이 들어 있어 다양한 생리 활성 효과를 내는 물을 말한다. 알칼리이온수·화산암반수·해양심층수 등이 대표적인 기능수다.

기능수 중 가장 많이 알려진 물은 알칼리이온수다. 일반 물의 산도가 pH 7 정도라면 알칼리이온수는 8.5~10 사이이다. 물 분자가 일반 물보다 적기 때문에 체내 흡수가 빠르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소화기관 기능 개선에 도움을 준다. 현재 알칼리이온수는 식약처로부터 네 가지 기능을 인정받은 상태다. 식약처는 알칼리이온수에 대해 ‘장내 이상 발효 억제’ ‘소화불량’ ‘만성 설사’ ‘위산과다’에 대해 의학적 효능이 있다고 인정했다.

제주 지역에서 많이 나는 화산암반수도 기능성 물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당뇨병 등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

2013년 제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고광표 교수팀이 당뇨병 환자 146명을 대상으로 한 그룹은 제주 지역 화산암반수를 마시게 하고, 한쪽은 서울 지역의 일반 정수 물을 마시게 했다.

두 달 뒤 당화혈색소(2개월 동안의 평균 혈당 수치를 나타냄) 수치를 재어봤더니 제주 물을 마신 그룹만 당화혈색소가 0.2%포인트 개선됐다. 고 교수는 “보통 당뇨병 치료제의 효과를 말할 때 당화혈색소를 1%만 개선하면 효과가 뛰어난 약이라고 하는데, 식품도 아닌 물을 먹어 이처럼 당화혈색소가 개선되는 것은 물의 효능이 크다고 볼 수 있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는 제주 지역 화산암반수에 풍부한 바나듐 성분 덕분이다. 바나듐은 당뇨병과 고지혈증 등에 효과가 있는 미량 원소로, 그 효능에 대해 수십 년간 다양한 연구가 발표된 바 있다.

해양심층수는 바다 1000m 이하의 온도 변화가 없는 부분의 물을 끌어올려 소금을 거른 물을 말한다. 해양심층부에는 찬물만 흘러 표층수와는 완전히 구별된다. 빛이 도달하지 않아 영양물질이 거의 소비되지 않고, 칼슘·칼륨·마그네슘 등의 미네랄이 풍부하다. 해양 심층수로 농사를 지으면 생장률이 2~3배로 높아지기도 한다. 평소 외식을 자주 하고 간편식을 즐기는 사람은 미네랄 섭취가 부족하기 쉽다. 일반 물 대신 해양심층수를 마시며 미네랄도 보충하면서 노폐물 제거 효과도 볼 수 있다.

바나듐 많은 물, 당뇨병 개선에 효과

탄산수는 어느새 콜라·사이다에 버금가는 기호 음료로 자리 잡았다. 톡 쏘는 맛은 살리면서 칼로리 부담이 없다는 장점 덕이다. 최근에는 집에서 탄산수를 만들어 먹는 기계도 출시됐다. 탄산수는 소화를 일부 돕는 작용을 한다. 탄산이 침샘과 위를 자극해 침과 소화액 분비를 돕는다. 청량감을 주지만 당분이 없어 탄산음료 대신 섭취해도 좋다. 탄산 이온은 피로 물질인 유산을 중화시키는데도 일부 도움을 준다는 연구도 있다. 하지만 역류성 식도염이 있는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탄산수의 이산화탄소가 역류하면서 식도의 괄약근을 자극해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산소수는 미네랄수에 산소를 충전시킨 물을 말한다. 밀폐된 공간에서 생활하거나 음주나 흡연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좋다. 정상적인 산소 농도는 약 21%이지만 밀폐된 공간이나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는 산소 농도가 떨어진다. 지하철 내 산소 농도는 19.4%, 창문을 닫은 자동차 내부는 18.4% 정도다. 또 술과 담배는 ‘산소 도둑’이다. 세포에 공급돼야 할 산소를 앗아가 노화를 촉진한다. 숙취도 심하게 한다. 산소수는 물에 담긴 산소량이 일반 생수(1㎖ 당 7~8 )에 비해 4배에서 최대 17배까지 많다. 산소를 공급해 세포 활동을 정상화하고 머리를 맑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래서 수험생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산소를 충전해 판매하는 물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살 수 있다.

하지만 기능성 물을 너무 맹신하지는 말아야 한다. 연세대 원주의대 김동희 교수는 “기능성 물이 일반 물보다는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기적의 물’처럼 과대 광고하는 회사가 있어 문제”라며 “단기간 큰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장복 시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음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 TIP 물의 기능과 역할

-혈액과 조직액의 순환을 원활하게 함
-영양소를 용해·흡수·운반해 필요한 세포로 공급
-성대를 적셔 목소리가 잘 나도록 함
-식도 점막에 수분을 공급해 연동 운동을 도움
-체액의 열을 발산시켜 체온을 조절
-인체의 여러 기관을 순환하면서 세포의 형태를 유지

- 배지영·박정렬 중앙일보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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