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 전기신호 불균형 때 생기는 질환들의 증세와 치료
<‘내 몸에 전류가 2% 부족하거나 넘치면 병이 난다?’ >
영화 ‘매트릭스1’에서 주인공 ‘네오’는 자신을 포함한 인류가 기계에
전기(전류) 에너지를 제공하기 위해 사육된 존재라는 것을 알고 경악한다.
실제 우리 몸은 전류를 발생시켜 중요한 신체 신호 정보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 몸의 전류량은 1mA(밀리암페어·1mA는 1000분의 1A)보다 더 작으며
매우 순간적으로 생겼다 사라진다.
생체 전기신호가 필요 이상으로 넘치거나 부족하면
각종 질환이 발생한다. 전기 이상으로 생기는 병은 대개 중증질환이다.
전류와 관련된 질환을 알아보자.》
○ 맥박 늦거나 빨라져… 인공심박동기 삽입술도
:부정맥:
자동차가 주행하려면 끊임없이 전기 스파크를 일으켜 엔진 속의 가솔린을 폭발시켜야 한다. 심장도 끊임없는 수축 운동으로 피를 우리 몸 곳곳에 보내려면 전기 자극이 필요하다. 우심방 부근의 특수한 심근(心筋)인 ‘동방결절’이 이를 담당한다. 동방결절은 1분에 60∼100회의 전기적 신호를 발생시켜 심장을 둘러싼 전체 심장 근육을 수축하게 만든다.
심장 근육에 과도한 전류가 흐르거나 약하게 흐르면 부정맥이 발생한다. 심장박동이 분당 60회 이하로 서서히 뛰면 ‘서맥’, 분당 100회 이상으로 빠르게 뛰면 ‘빈맥’이다. 두근거림, 현기증, 가슴이 답답함, 운동 시 호흡곤란, 숨참, 실신 등이 빈맥의 대표적 증세이고 어지러움, 실신, 숨참, 운동 시 호흡곤란 등이 서맥의 대표적 증세다. 심장의 박동이 무질서하고 불규칙적으로 수축하는 상태인 ‘심실세동’은 가장 심각한 심장질환으로 돌연사의 주요 원인이다.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정보영 교수는 “서맥을 치료하기 위해 일정하게 전기적 자극을 주는 인공심박동기 삽입술이 사용된다”면서 “최근 동물실험을 통해 골수 줄기세포를 이용한 동방결절 이식치료법이 연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빈맥도 증상이 심하면 ‘삽입형 제세동기’를 가슴에 넣어 유사시 전기적 쇼크를 발생시켜 정상적인 심장운동을 되찾게 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
○ 털세포 손상 탓… 인공달팽이관 이식
:난청:
사람은 외부의 소리 자극을 전기적 신호로 뇌에 전달하는 청각 기능을 갖고 있다. 외부의 소리(sound)를 전기적 신호로 바꾸어 주는 곳이 속귀에 있는 ‘달팽이관’이다. 귓구멍을 통해 들어온 소리에너지는 고막과 중이를 거치면서 달팽이관에 가득 찬 체액(림프액)을 흔드는 파동에너지로 전환된다. 이 달팽이관에는 미세한 털세포가 1만6000여 개 있다. 흔들리는 파동에 따라 활성화된 털세포는 파동에너지를 전기 신호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털세포를 통해 생긴 전기 신호는 청력신경섬유세포를 따라 뇌로 전달된다.
난청은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가해진 소음이 털세포를 지치게 해 내부의 달팽이 증폭기가 제대로 작동치 않게 되어 생기는 병이다. 털세포의 손상이 심해 청력을 잃었을 경우 달팽이관을 대체할 인공달팽이관을 이식해야 한다. 인공달팽이관은 소리 에너지가 파동에너지로 전환되는 과정 없이 바로 전기 신호로 변환해 청력신경섬유로 전달한다.
영동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이호기 교수는 “털세포를 재생하거나 이식하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평소 이어폰을 통해 큰 소리를 듣지 말아야 하며 소음이 심한 환경에서 근무할 때는 귀마개를 사용해 귀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 간질-파킨슨병 유발… 전기자극 효과적
:뇌질환:
무게가 1.2∼1.5kg인 사람의 뇌는 고등동물 가운데 가장 복잡한 구조를 가진 기관이다. 뇌는 거대한 전자회로의 집적체로 보아도 무방하다. 이들 신경세포의 전기신호 전달체계에 문제가 생기면 각종 운동 및 인지기능의 장애가 나타난다.
뇌신경 세포 회로의 이상으로 생체전기 신호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대표적 질환은 파킨슨병, 수전증, 간질 등이다. 뇌 속에 전류가 많이 흐르거나 적게 흘러서 생기는 질환들이다.
그동안 이들 질환을 약물로 치료해 왔으나 많은 한계가 있었다. 요즘은 전기적 자극장치를 삽입하여 인위적으로 손상된 뇌의 신경회로에 전기적 자극을 줘 이들 질환을 치료한다. 연필심 굵기의 가는 전극을 문제가 되는 뇌 부위에 심고 전극에 전류를 보내는 저장장치를 가슴에 삽입하는 뇌심부자극술이 주로 쓰인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장진우 교수는 “약물치료가 어려웠던 파킨슨병과 수전증 환자의 90%가량이 뇌심부자극술로 정상인에 가까운 치료 효과를 거뒀다”면서 “최근 약물치료가 어려운 심한 우울증과 강박장애 등의 정신과 질환, 간질, 의식장애질환, 신경병성 통증 등을 가진 환자에게도 이 치료법이 시도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