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발견된 신경전달 물질들
제1차 세계대전 직전에 최초의 신경전달 물질이 발견되었다.
화학자이자 약리학자인 헨리 데일이 척수 신경에서 방출되는 물질이 근육을 수축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물질은 오늘날 우리가 부족하면 알츠하이머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아세틸콜린이다. 아세틸콜린은 뇌의 뉴런 사이에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인체 전반에서 근육 세포와 신경 사이의 화학적 조정자로도 기능한다.
대체로 아세틸콜린을 사용하는 뇌세포는 뇌 안쪽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축색이 부챗살처럼 뻗어나와 대뇌피질 및 그 아래쪽의 해마 라는 영역과 연결된다. 아세틸콜린의 공급원인 이 뇌세포군은 알츠하이머병과 관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수면ㆍ각성ㆍ흥분에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아세틸콜린의 생성을 억제하는 헤미콜리늄hemicholinium이라는 물질을 섭취하면 꿈을 꾸는 수면이 극단적으로 줄어드는데 그 사실로부터 우리는 이 점을 알게 되었다.
잠을 자는 사람의 두개골에 전극을 설치하고 뇌전도로 뇌파를 조사하면 사람이 언제 꿈을 꾸는지를 알 수 있다. 꿈을 꾸지 않는 수면은 느리고 규칙적인 뇌파를 보이는 반면 꿈을 꾸게 되면 훨씬 빠르고 불규칙한 뇌파가 발생한다. 꿈을 꾸게 되면 또 안구 운동이 급속히 활발해지는데, 이것을 렘 수면rapid eye movement, REM이라고도 부른다.
꿈을 꾸지 않을 때 발생하는 느린 뇌파는 헤미콜리늄뿐만 아니라 아트로핀atropine이라는 약물에 의해서도 유발된다. 아트로핀은 마치 사기꾼처럼 아세틸콜린을 분비시키는 수용체에 대신 들러붙어 아세틸콜린의 작용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거꾸로 아세틸콜린의 분비량을 늘리는 약물은 꿈을 꾸는 수면의 특징인 빠르고 급격한 뇌파를 유발한다. 이런 약물들은, 수용체와 결합한 시냅스의 아세틸콜린을 제거하는 화학물질을 방해한다.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acetylcholinesterase라고 하는 발음하기도 힘든 이 화학물질은 효소, 곧 인체의 복잡한 생화학에서 특정한 임무를 수행하는 일종의 단백질이다.
한편,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의 작용을 차단함으로써 신경가스가 치명적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런 사실이 역설적으로 비칠지도 모르겠다. 아세틸콜린이 근육을 움직이게 만드는 신경전달 물질이라면 아세틸콜린의 증가가 왜 온몸을 마비시키며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걸까? 그것은 시냅스에서 아세틸콜린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수용체와 수용체의 이온 통로가 일종의 분자 정체 상태가 되어 아무 기능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허파를 통제하는 근육마저 마비되어 질식 상태로 갑자기 죽게 되는 것이다.
신경가스의 활성 성분은 유기인산에스테르organophosphate라는 일종의 화학물질이다.
예를 들어 기생충을 없애기 위해 양을 살충액에 넣어 씻긴 결과 야기된 유기인 중독 사례에서처럼, 적은 양이라도 유기인산에스테르에 노출된 신체는 알 수 없는 영구적 손상을 경험하게 되는 것 같다. 현재 유기인산에스테르는, 소량의 신경가스에 노출되었거나 신경가스 백신을 접종받은 군인들이 겪고 있는 걸프전 증후군의 원인 물질로도 비난받고 있다.
20세기 전반에 과학자들은, 뇌의 화학물질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아내기 위한 도전적인 연구에 앞서 심장 등의 다른 주요 기관에 화학물질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온통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다.
그리하여 헨리 데일이 제1차 세계 대전 이전에 아세틸콜린을 발견했지만 추가로 세 가지 신경전달 물질을 발견한 것은 1950년대에 와서였다.
그 세 가지 신경전달 물질은 바로 노라드레날린noradrenaline, 도파민, 세로토닌serotonin이다. 이 세 개의 신경전달 물질은 화학적 차원에서 유사하고, 그래서 이것들이 비록 역할은 다르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작용하는 게 그렇게 놀랍지만은 않다.
노라드레날린을 방출하는 뉴런은, 아세틸콜린을 방출하는 뉴런처럼, 약간은 분수처럼 조직되어 있다. '수원水源'에 상당하는 세포체군은 대뇌를 척수와 결합하는 뇌간腦幹, brainstem의 작은 부분을 구성한다. 이 수원에 포함되어 있는 뉴런은 겨우 2만 개에 불과하지만 그 축색들은 넓게 분포하고 있다. 이 축색들은 척수를 타고 내려가는 것은 물론 뇌 뒤쪽의 소뇌와 대뇌피질 및 해마를 포함하는 뇌의 넓은 영역까지 부챗살처럼 뻗어 있다.
세 가지 신경전달 물질 체계. 모두 분수와 유사하다. 세 경우 모두 신경전달 물질은 세포의 주요 부분인 세포체에서 만들어진다. 세포체는 뇌의 가장 기본적인 부위에 밀집해 있는데, 붉은색 점으로 표시되어 있다. 그러나 점 한 개가 수만 내지 수십만 개의 세포체를 나타낸다. 화살표는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뉴런의 축색을 가리킨다. 그리고 그 끝에서 신경전달 물질이 뇌와 척수의 다른 부위로 방출된다.
뇌에서 노라드레날린이 방출되면 각성 상태가 고조되어 의식이 예민하고 또렷해진다.
그래서 이 신경전달 물질의 작용을 증대하는 암페타민이나 코카인 같은 약물이-또는 노라드레날린 자체를 직접 주사하는 행위로도-극도의 각성 상태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나 노라드레날린은 다른 효과도 발휘한다. 노라드레날린의 분수는 척수를 따라 내려가는 축색을 통해 뇌에서 발생하는 통각痛覺이나 성 행동과 관련되는 신경 신호에도 영향을 미친다. 암컷 쥐에게서 이 노라드레날린의 통로를 하나 파괴하면 흥미로운 결과를 관찰할 수 있다.
암컷이 수컷을 유혹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보이지만 등을 구부리는 자세를 취하는 등의 교미에 수반되는 반사적 행동 능력이 더 떨어졌던 것이다.
노라드레날린이 다양한 종류의 광범위한 행동에 관여한다는 점은 명백하다.
<헌팅턴 무도병에 걸린 뇌(왼쪽)와 --건강한 뇌(오른쪽).헌팅턴 무도병에 걸린 환자의 뇌는 미상핵이 심각하게 변성되었고, 주변 조직이 파괴되어 뇌실도 확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
노라드레날린은 도파민으로 만들어진다.
도파민은 콧수염처럼 생긴 흑질에서 생성되는 신경전달 물질이다. 운동에 관여할 뿐만 아니라 정신분열증과 파킨슨병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도파민은 감각기관에서도 발견된다.
특히 눈과 코에서 시작되는 뉴런의 회로에서도 발견되었다.
도파민은 뇌와 뇌하수체 사이의 신경전달 물질로서도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뇌하수체는 뇌 아래쪽으로 버팀대에 매달려 있는 콩 모양의 내분비 기관으로,
성장 및 성 발달과 다른 신체 활동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호르몬을 생산한다.
도파민과 노라드레날린의 화학적 친척이 세로토닌이다.
세로토닌 역시 척수 위의 뇌간에 있는 뉴런의 수원에서 출발한다.
세로토닌 수원에 상당하는 세포체군은 뇌의 중앙 축을 따라 정렬된 작은 덩어리를 형성한다. 이 덩어리의 일부가 척수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는 축색을 갖는다.
다른 일부는 시상하부hypothalamus, 視床下部와 연결된다.
시상하부는 뇌의 아래쪽에 있는 작은 부위인데 섹스, 체온, 공복, 갈증과 관계한다.
그러나 세로토닌을 더 많이 방출하는 뉴런은 편도체amygdala, 扁桃體와 연결된다.
편도체는 뇌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아몬드 모양의 부위로 감정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대뇌피질로 연결되는 세로토닌 통로도 있고, 운동과 관계하는 소뇌 및 선조체로 연결되는
세로토닌 통로도 있다. 뇌에서 세로토닌의 전달로가 많고 다양한 것을 볼 때 온갖 종류의
정신 작용에 세로토닌이 관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두 가지가 특별히 중요한데, 바로 고통과 수면이다.
약물로 인해 세로토닌이 고갈되면 고통을 더 심하게 느끼게 된다. 세로토닌의 수원이 파괴돼도 같은 결과를 보인다. 반대로 세로토닌의 수원을 자극하거나 척수에 세로토닌을 직접 주사하면 고통이 줄어든다. 세로토닌 수원이 손상되면 불면증에 시달리고, 동물의 뇌에 세로토닌을 주입하면 꿈을 꾸지 않는 '느린 뇌파'의 수면이 유도된다. 세로토닌은 고통 및 수면과 관계할 뿐만 아니라 사람의 기분을 고양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우울증 치료제 프로작Prozac은 세로토닌의 방출량을 늘여 약효를 낸다. 이것은 엑스터시라는 마약의 작용 기전과 같다.